어르신 복지의 완성을 위해 끝임없이 '복지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는 김희수 시설장
어르신 복지의 완성을 위해 끝임없이 '복지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는 김희수 시설장

[서울복지신문=김한울기자] “한울 기자는 어떻게 늙고 싶습니까?” 지난 9일 오후 취재차 방문한 ‘명지하나인요양원(경기도 양주시 소재)’의 김희수 시설장이 건넨 질문이다.

답변을 고민하던 중 김 시설장의 대답이 먼저 돌아온다. “이곳을 계획하고 시설과 서비스(가치)를 설계할 때 스스로 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은 노인이 되잖아요.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노후를 살아가고 싶은지를 묻고, 그 바람대로 어르신들이 생활할 친환경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최신식의 재활 치료실과 최첨단 의료기기를 갖추었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고 싶은 보편적 욕구에서요. 또 이러한 가치관이 일치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때로 너무 과해서 특이하다 할 정도로 어르신들 품위유지에 물불 안 가리고 앞장서는 이유도 인간이라면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권리와 존엄성에 기반한 것입니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찾은 '복지의 본질'을 힘주어 이야기하는 김희수 시설장의 모습이 인상 깊다.

명지하나인요양원은 3년여 전 설립 당시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6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고 인근 지역은 물론 전국각지에서 입소를 희망하는 대기자가 많아 내년 상반기 개소를 목표로 두 번째 명지하나인요양원을 건립 중이다.

“요양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요양원은) 늙고 병들면 가는 곳, 자식에게 버림받아 가는 곳…’ 등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어르신 스스로가 잘 늙어가고 있다, 행복하다, 만족스럽다’고 느낄만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싶었습니다.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고요. 이것은 앞으로 제가 계속 매진해야 할 과제이자 여기서 만족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750평 규모의 단독 요양 시설과 최신식 재활 치료실

명지하나인요양원 입구
명지하나인요양원 입구

명지하나인요양원은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로, 전 층을 모두 사용하며 규모는 750여 평이다. 지하 1층에는 물리치료실, 운동치료실, 편백실(건식 족욕기), 조리실 등이 있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벽면과 천장에 펼쳐진 청량한 숲길과 아름다운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김희수 시설장이 마련한 선물 같은 공간이다.

지하 1층에 마련한 산책로 같은 꽃길
지하 1층에 마련한 산책로 같은 꽃길

실내지만 야외에 나온 것 같지 않나요? 사시사철 푸른 풍경을 배경 삼아 산책하고, 기구를 활용해 운동도 하고, 때로는 족욕으로 피로도 풀고 재활 치료도 받을 수 있도록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곳이고 즐겨 찾는 장소기도 하죠.”

마침 운동하는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만큼 열심이었지만 얼굴엔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생기가 넘쳤다.

운동 중인 어르신의 모습과 재활운동실 전경
운동 중인 어르신의 모습과 재활운동실 전경

물리치료실은 이미 치료를 받는 어르신들로 만석이다. 상주하는 물리치료사가 시간을 정해 어르신 한 분 한 분마다 불편한 부분을 여쭙고 통증 개선 및 완화를 위해 특화된 최신식 의료장비(△공기압△적외선△온열△초음파△전기)로 밀착 관리한다. 거동이 어려워 치료실에 오실 수 없는 어르신의 경우에는 직접 생활실로 찾아가 치료를 돕는다.

물리치료를 받는 어르신의 모습
물리치료를 받는 어르신의 모습

“명지하나인요양원에 입소하는 모든 어르신은 한 분도 빠짐없이 개개인에게 필요한 운동과 재활 프로그램을 받고 계십니다. 또 협력 병원 의사가 직접 방문해 진료와 치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저희가 모시고 병원에 갈 때도 있고요. 어르신들의 경우 자칫 방심하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 순간순간 체크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소할 때보다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비로소 살맛 난다는 어르신을 뵐 때면 엄청난 보람을 느끼죠.”

통증 완화를 위한 고주파 치료기로 어르신께서 치료 받고 있다
통증 완화를 위한 고주파 치료기로 어르신께서 치료 받고 있다

■개개인 헬스케어가 가능한 ‘AI 하틴루’ 구비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공간 벽면에 특별한 장비가 있다. 이동식 WIFI 기기처럼 생겼는데 작고 귀여운 외형과는 다르게 여러 사람(관리인)의 몫을 하는 최첨단 헬스케어 기기 ‘하틴루’다. 해당 기기는 레이더 센서를 작동해 기기 근처에 있는 사람의 심장박동수, 수면 상태, 호흡 상태 등을 진단하고 앱을 통해 실시간 관제 및 건강 정보를 공유한다. 아울러 온도와 습도, 조도 등의 파악이 가능하다. 만약 어르신의 심박수에 이상이 있거나 호흡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알람)되기 때문에 미연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어르신 머리 맡에 설치한 AI하틴루
어르신 머리 맡에 설치한 AI하틴루

“하틴루를 도입하고 나서 어르신 케어가 훨씬 촘촘해졌습니다. 눈으로 파악하기 힘든 심장박동수, 호흡 상태 등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어르신이 미동도 없이 누워계실 때는 주무시는지 혹은 위험한 상태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이럴 때 하틴루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어르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바로 알람이 오니 빠른 대처가 가능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역 내 홀몸 어르신 댁에도 설치가 돼 있다면 (‘찾아가는 복지’도 필요하지만) 인력 충원 없이 어르신 관리, 고독사 및 사고 발생률을 낮추는데 엄청난 효과가 있으리라 장담합니다. 지역자치단체, 노인복지시설 등과 정부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도입하면 좋겠습니다.”

하틴루 앱을 통해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하틴루 앱을 통해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나를 울리는 한마디 “한 그릇 더 다오”

명지하나인요양원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바로 ‘밥’이다. 깨알 같은 글씨 크기로 빼곡하게 채워진 식단표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아침, 점심, 저녁을 제외하고도 어르신이 드시고 싶은 간식이라면 거리 상관없이 꼭 사다 드리려 한다.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김희수 시설장에게 있어 “정말 맛있다! 한 그릇 더 다오”라는 어르신의 말은 눈물이 날 정도로 기분 좋은 격려다.

명지하나인요양원 식단표
명지하나인요양원 식단표

“조리실이 없는 요양원은 급식업체에서 납품을 받습니다. 물론 업체마다 영양사가 있어 어르신 건강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는 채울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식어서 올 때가 많습니다. 또 원하는 음식을 해드릴 수 없고 정해진 식단에 맞춰야 하고요. 그래서 저희는 조리실을 갖추고 매일 따뜻하고 푸짐하게 차린 밥상을 대접합니다. 당연히 퀄리티가 높고 신선합니다. 덕분에 모두 맛있게 드십니다. 저는 어르신들께서 ‘예쁘다, 착하다’고 하실 때보다 ‘맛있다’고 하실 때 정말 행복합니다. 눈물 날만큼 좋아요.”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리더십의 소유자

김희수 시설장은 함께 일하는 직원 복지도 잘 챙긴다. 급여 수준도 동종업계에 비해 높은 편이고, 복지현장에서 직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당함, 억울함, 무례함 등을 타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요양원에서 일하는 분들은 특히 헌신을 바탕으로 한 사명감 없이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강도 높게 근무합니다. 진심과 성의를 바쳐 사랑하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일이에요. 그러나 노력 대비 오해도 참 많이 받습니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프로페셔널하게 모신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죠.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요. 우선 저는 직원들에게 ‘부모님처럼 모시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제 부모 같으면 짜증도 내고 신경질도 내게 되거든요(하하). 그런데 저희가 아무리 잘 모신다고 해도 보호자 눈에는 차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돈을 냈으니, 맡겼으니 친자식만큼 혹은 그 이상의 도리로 모시라는 무례한 요구를 할 때도 많습니다. 몰상식한 보호자를 상대할 때면 직원 보호 차원에서 끝끝내 퇴소까지도 권합니다. 보호자가 아닌 직원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나설 때 리더로서 든든함을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어르신과 동행하는 직원의 모습
어르신과 동행하는 직원의 모습

■죽는 순간까지 안전하고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김 시설장은 향후 목표와 비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인간이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안전하고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 답했다. 이를 위해 현재 몸담은 요양원에서 선진국형 노인 요양 서비스를 도입해 잘 된 사례를 공유하고 지역 사회에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 어르신을 발굴, 보호자의 역할을 자처해 지원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6번째 김희수 시설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6번째 김희수 시설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김희수 시설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열린 제13회 서울사회복지대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초고령화시대를 맞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선진국형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삶의 공동체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어르신에게 최적화된 공간, 매 끼니 정성스럽게 차린 식사,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건강한 삶을 위한 재활 및 운동 프로그램, 최첨단 의료기기와 안전장비,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를 갖춘 노인 요양 복지시설을 만들어 갈 것이며 지역 사회를 넘어 대한민국 누구나 누리는 보편적 복지를 위한 활동 반경을 점차 늘려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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