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성악가 이남현을 말할라치면 '한계를 극복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바퀴달린 성악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면서도 이 말 안에는 그의 인생 전체가 녹아있다는 것을 곧 알게 한다.
이남현은 척수 손상에 의한 사지마비, 즉 경수 손상을 입어 몸놀림이 자유롭지 못하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전남예고에 들어가 성악을 처음 배웠고, 목포대학에서도 성악을 전공하며 성악가로서의 꿈을 탄탄하게 이뤄가던 그가 제대 후인 2004년 여름,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던 중 수영장 벽면에 뒷머리를 부딪치면서 어깨 밑 사지가 마비되는 척수 손상을 입었다.
“평생을 이 몸으로 살아야 하고 더 이상 노래는 불가능하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은 충격 그 이상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원망한 건 그 때가 처음에요.”
자포자기해야 하는 처지에서 그의 인생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게 된 것은 어느 날 들려온 어린아이들의 해맑은 노랫소리였다.
“그날도 재활병원으로 재활치료를 받으러 가던 중에 어린이병동에서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듣게 됐어요. 그것은 천상에서 들려오는 노래였고, 그 동요 속에는 장애도 고통도 아무런 슬픔도 담겨있지 않았어요. 그냥 하늘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래였어요.”
그날 이후 이남현은 새로운 인생, 거듭남으로 인해 얻어진 인생에 눈을 떴고, 존재성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평소 알고 지내던 교수와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면서 하소연 했다.
▲ 어머니 김춘시 씨는 이남현 교수가 늘 함께 있어 감사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수연 기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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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도우심이었을까. ‘폐활량이 일반인의 20∼30% 수준에다 척수신경 손상으로 복식호흡을 할 수 없어 정상적으로 말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라는 지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 노래의 가닥을 잡아갔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삶을 계속 살아 낼 것입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성악 본고장에 가서 수업을 하고 또 장애인 성악가 양성을 위한 학교도 설립했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전국을 다니면서 장애인 및 비장애인에게 희망과 꿈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2011년 9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금난새가 지휘하는 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2014년 1월에는 KBS1 '강연 100℃'에 출연해 '숨'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어 에세이집 '나는 지금이 좋다(터치북스)'는 책을 펴냈고, 그해 10월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KBS 교향악단과 Soul Player가 함께하는 제 10회 오케스트라의 신바람'에서 바리톤 김동주와 한무대에 섰다.
이남현은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장애인 최초 공연예술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의지의 한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