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회와 동행한 민규c(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은산회와 동행한 민규c(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서울복지신문] 매달 민규c 카톡에 문자가 뜨기 시작한지 오래다.

‘은평구 상공회 산악회’가 발족하기 전에 그 분들과 장애 아이들이 산행한 일이 있다. 그날따라 날씨가 좋지 않았으나 우리 아이들은 잠깐의 산행을 좋아 했다. 걷기를 싫어하는 민규c는 그 날 이후, 산에 관심을 갖는 듯 했다.

동행해 주신 분들에게 그 사실을 전하니 흡족해 하며 보내주기만 하면 같이 하겠다고 한다. 욕심이 났다. 비장애 청년들과의 통합이다. 시나브로 물들 수 있고 민규c가 동네에서 좀 더 삶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 되는 기회라 여기고 보내기로 작정을 했다.

다행히 민규c도 실명을 거론해도 되는지, 김은복 회장님 및 김동희 대장님과 회원님들의 진심을 알았는지 매우 만족해했다.

힘들어 하지도 않았다. 끝까지 책임지고 바래다주고 관심을 보여준 ‘은산회’(은평구 상공회 산악회)사무국은 그 이후에도 민규c께 매월 지속적으로 산행정보를 보내주었다. 민규c는 그 문자를 보며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참석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기쁨과 감동을 장애 가족이 아닌 비장애 가족들은 실감할 수 없을 것이다. 수시로 박수치고 안아주고 칭찬해 줬다. 일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욕심나고 부러운 순간이기도 하다.

민규c는 가끔씩 산행을 하면서 특히 무전기를 사용할 줄 안다는 자긍심이 대단히 크다. 내 아들에게 선뜻 무전기를 주고 대화를 시도하고 위치를 말할 수 있게 같이 해준 ‘은산회”회원님들 배려에 민규c는 더 신이 났다.

지난해 연말에는 ‘장애인과 송년산행’을 장애가족과 장애어른들이 생태다리를 중심으로 즐거운 산행을 했다. 산타 복장으로 푸짐한 선물을 나눠 줄 때는 참여한 장애 가족과 장애 당사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 날 이후도 여전히 매월 카톡은 왔고 민규c를 불러내는 통합 모임에 갈수 있다는 게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아, 우리도 이렇게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가 살수 있구나!

충분히 마음들이 준비되어 열려 있었구나!

5월의 주말에도 민규c는 느닷없이 ‘오늘은 등산을 간다’고 한다, 이미 답도 보냈다고 했다, 이 얼마나 기특하고 가슴 벅찬 일인가.

서둘러 갔다, 오후에 비가 내렸다. 극성맞은 내가 웬일인지 염려가 되지 않았다. 늦은 오후 민규c를 만났다. 얼굴 가득 자신감 충만했다. 또 신기한 일이 있다. “분홍색장갑 낀 아줌마가 물 사줬어”라고 전해준다. 민규c는 성장하고 있다.

‘분홍색 장갑 낀 아줌마 고마워요. 다음에는 스스로 돈 내고 사도록 지도도 부탁드리지 말입니다.’ 참 신나는 일이다.

민규c와 돌아올 때 내리는 그 비는 지역에서 장애 자식을 키우며 살 수 있고 먼 훗날, 부모인 우리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음을 증거하는 생명수 같은 생수로 보였다.

힘! 팍!! 팍!!! 힘이 납니다.

지역사회의 지지가 이렇게도 듬직할 줄 몰랐습니다. 동경의 대상이었답니다.

동네에서 오랫동안 내 아들 민규c는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지 같이 가고 자랑하고 소개하고 함께한 세월이 20여년, 처음에는 참으로 힘들고 힘들어서 집에 돌아와서는 긴장이 풀리고 속상해서 식구들 눈치 보며 장롱 문 열어 재끼고, 이불속에 얼굴 처박고, 펑펑 울기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오기로 버티면서, 내 새끼라 같이 해야 했고, 얼굴에 철판 깔고 또 그 다음날 나서고는 해야 만 했는데.

지역사회주민들과 같이하니 이리도 마음 편하고 여유가 생길 줄 미처 몰랐다. 우리아들 민규c와 함께 했던 외출들이 통합으로 이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쩌면 부모인 내가 먼저 비장애 분들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것 같다. 그들은 오히려 편견 없이 배려로 대하니 민규c가 훨씬 더 자유로운 것 같다. 우리 장애 부모들은 대체로 그저 조심 조심, 그거는 안 돼, 위험해, 안쓰러운 마음에 염려 투성이지 않은가.

이제 6월, ‘은산회’카톡이 기다려진다. 더불어 우리 민규c의 잘 난체하는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 된다.

-김효요/ 다다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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