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자/ 산부인과 전문의, 의학박사, 나산부인과 원장
남소자/ 산부인과 전문의, 의학박사, 나산부인과 원장

[서울복지신문] 외로움에는 두 종류가 있다. 진리의 길을 가느라고, 남이 이해 못하는 창조적인 일을 하느라고 고독한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고독은 남을 살리거나 위대한 것을 만들어내지만, 반면에 마음이 병드는 고독은 나도 죽고 남도 죽이는 독이 된다.

한 젊은이가 어느 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했는데 그 집에는 여자 혼자 살고 있었다.

청년은 문제의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마음이 병들어 있었고, 그 누구와도 친해지지 못한 고독 속에서 살다가 실직을 하자 마침내 폭발한 상태가 되어 일을 저지르려고 아무 집에나 들어간 것이었다. 그는 집주인을 인질 삼아 난동을 부리다가 죽을 작정이었다.

인질이 된 여자는 그동안 우울증과 약물 중독 등으로 역시 아픈 삶을 살아온 인생이었다.

불우한 성장기와 결혼 실패 등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던 그녀는 긴 방황 끝에 사랑의 힘에 의해 절망적인 삶에서 일어나 겨우 회생한 상태였다. 고독을 처절하게 겪었던 그녀는 단번에 청년의 외로움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가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걸었고 청년과 밤새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살아온 힘들었던 이야기를 했고 청년 역시 누나 같은 그녀에게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 했다. 자폭 직전에 있었던 청년의 분노와 절망은 차츰 사그라져 갔고, 아침에는 그녀의 말에 따라 순순히 경찰에 자수하였다.

청년이 죽고 여자도 죽을 뻔했던 사건은 이렇게 두 사람이 다 살아나는 감동의 스토리로 변했다. 그녀는 곁에 다가온 고독한 사람을 무시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밤사이에 야수에서 양으로 만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참을 수 없는 고독과 분노에 휩싸여 활화산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인생들이 사실은 많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어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놀라며 말한다.

“그가 그런 사람이었어?”

애초부터 그런 사람은 없다. 가족과 주변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가슴 아픈 사람들이 있을 뿐. 그리고 치열한 경쟁과 대립이 만들어낸 소외된 사람이 있을 뿐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의 눈이 없기에 그런 사람들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외롭고 아픈 이웃의 고통에 민감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이 세상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드는 사람이다.

혹시 당신이 외롭고 아프다면 이런 마음과 눈을 갖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라 여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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