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자/ 전문의, 의학박사, 나남여성의원장
남소자/ 전문의, 의학박사, 나남여성의원장

[서울복지신문]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도 젓가락질을 잘못한다고 부모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는 분명 잔소리이겠으나 부모입장에서는 생각이 한 두가지 아니다. 어쨌든 어릴 때부터 바른 젓가락질을 가르쳐줘야 하는 것은 부모 몫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로버트 크라우스 교수팀은 기억하기 힘든 단어를 상기시키는 데에는 손동작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아이큐를 높일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젓가락질이 좋은 운동이 된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나무젓가락을 쓰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쇠젓가락을 사용했는데, 무거운 쇠젓가락 쪽이 뇌의 작용이나 운동 작용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젓가락 쓰는 방법도 다른 나라와 조금 다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밥을 먹을 때 밥공기를 입에 가까이 대고 젓가락은 밥을 입으로 밀어 넣는 도구로만 쓰이지만, 우리는 밥을 한 무더기 집어서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먹는다. 밥알이 떨어지지 않게 적당한 힘과 균형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특히 젓가락으로 김치 찢기, 깻잎 한 점씩 떼어 먹기, 미끄러운 도토리묵을 힘과 정확도를 구사해서 집어먹는 모습 등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 때 거의 곡예에 가까운 동작들이다. ‘대지’를 쓴 펄 벅 여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어린아이가 콩자반을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여러모로 좋은 젓가락질이 요즘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이 포크를 많이 쓰다 보니 커도 젓가락질이 제대로 안 돼 어색한 젓가락질을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몇 년 전부터는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자는 취지로 매년 8월 4일을 ‘젓가락의 날’로 정해 젓가락 사용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사세보여자고등학교 같은 곳에서는 입학시험에 젓가락질 시험이 있다. 구슬, 돌, 콩, 주사위 같은 물건들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옮기는 시험인데 평소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입학시험까지는 아니라도 우리 역시 학교에서 바른 젓가락질 정도는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은 나무젓가락을 쓰기 때문에 일회용 젓가락 소비가 일 년에 2,500억 원에 이른다. 거의 가 중국에서 만든 젓가락인데, 중국 정부에서는 산림훼손 때문에 젓가락에 세금을 5퍼센트나 붙여 수입 가격이 올라가니 일회용 젓가락 쓰기를 줄이자고 해서 플라스틱 제품을 쓰거나 젓가락을 가지고 다니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재빠른 일본 상인들 중에는 ‘우리 주점에 오시면 젓가락을 보관해 드립니다’라고 광고하는 이들이 있다. 먹던 양주를 보관하듯이 젓가락을 보관했다가 젓가락 주인이 오면 내드리는 것인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바른 젓가락 사용을 습관화해서 머리도 좋게 하고, 남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부모들이 먼저 본을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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