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좋은지기' 회원들이 화분을 만들고 있다
'우리마을 좋은지기' 회원들이 화분을 만들고 있다

[서울복지신문=우미자 기자] 움츠러든 어깨 등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모습이지만 얼굴에는 수줍은 미소를 띄고 있는 중년 남성 10여 명이 25일 투박한 손으로 빈 페트병을 활용한 스킨답서스 화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화분을 따뜻한 봄날 방에 화분 하나 없이 지내는 고시원 이웃에게 전달했다.

종로구 숭인제2동에는 고시원이나 여관에 거주하는 독거 남성들이 본인처럼 외롭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모임이 있다. ‘우리마을 좋은지기’ 라고 불리는 이들은 김밥, 김치, 국수 등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는 숭인제2동의 나눔이웃 동아리다.

종로구는 2016년부터 주민이 함께 복지공동체를 만들어 소지역 중심의 주민이 주도하는 나눔과 돌봄의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우리동네 나눔이웃사업’ 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기초수급대상자의 30% 정도가 고시원이나 여관, 원룸에 거주하고 있는데 숭인제2동은 종로구의 다른 지역보다 고시원과 여관이 많다. 혼자 거주하며 외부와 단절된 중년층 남성의 비율이 높고, 오랜 시간 가족·이웃들과 단절된 생활을 하면서 우울감, 알콜 의존, 정신질환 등의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마을 좋은지기’는 본인의 삶이 고되고, 여유롭지도 않지만 옆에 사는 이웃을 돌보는 활동을 한다. 이들의 활동이 거창하지는 않다. 서로 안부를 묻고, 며칠 보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찾아가보고, 함께 밥을 해 먹고, 김장을 나누는 것이다.

직접 만든 것을 이웃과 나누는 활동을 통해 그 동안 돌봄을 받기만 하던 ‘나’에서 베풀 수 있는 ‘나’로 변하는 본인의 모습에 점점 자신감이 늘고, 삶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자신들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무엇을 만들어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운영으로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행정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며 “주민이 주인이 돼 관심을 갖고 이웃끼리 서로 도울 수 있는 나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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