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 산책로를 걷고 있는 엄마와 아이들 모습이 평화롭다
봉산 산책로를 걷고 있는 엄마와 아이들 모습이 평화롭다

[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추석 낮, 모처럼의 여유로움으로 봉산의 초입에 들어선다. 코끝에 와 닿는 숲 향기를 한껏 들이키니 청량감이 엔도르핀을 자극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지는 가벼움이 느껴진다.

높이가 209미터로 은평구에서 제일 큰 산인 봉산은 명성만큼 갈현2동, 구산동, 신사동, 증산동, 수색동에 산자락을 드리우고 있다. 봉산이라는 이름은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따왔다고 한다.

호젓한 계단을 잰걸음으로 5분여 올라가니 서울둘레길 및 은평둘레길로 가는 양 방향의 이정표가 눈에 띈다. △은평둘레길 한쪽은 증산역 방향, 또 다른 쪽은 봉수대로 향하고 △서울둘레길 역시 한쪽은 월드컵경기장 북문, 또 한쪽은 수국사를 향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잠시 주춤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어디로 갈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어느 코스로 가든 되돌아와서 다시 가면 되고 2시간 안팎이면 봉산과 친밀한 짝을 이룰 수 있으니까.

숲길로 들어서자 바람소리가 매미의 울음에 리듬을 탄다. 랩(rap)과 비트(beat)를 합성한 듯한 곡조가 마음을 설레게 조차 한다. 무성한 입새가 바람을 간질이니 저 멀리서 물결이 밀려오듯 쏴하며 바람이 난리들이다.

봉산은 곳곳에 쉽게 출입할 수 있게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고 자작나무, 마가목, 가막살나무, 고광나무 등 다른 산에서 보기 힘든 수종을 볼 수 있다. 경사가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솔마당’이라 불리는 소나무 숲에 이르게 된다. 피톤치드가 저절로 몸 구석구석 스며들어 힐링의 여유를 맞이할 수 있다. 널찍한 힐링의 숲도 있고, 치유의 숲도 있으며, 휴식의 숲도 자리 잡고 있다. 아직 울울창창한 숲을 이루지는 않았으나 그 숲의 형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나감을 느낀다.

봉산 산책로를 걷고 있는 엄마와 아이들 모습이 평화롭다
봉산 산책로를 걷고 있는 엄마와 아이들 모습이 평화롭다
봉산 산책로를 걷고 있는 엄마와 아이들 모습이 평화롭다
봉산 산책로를 걷고 있는 엄마와 아이들 모습이 평화롭다
전망대 옆에 피어난 코스모스의 수줍은 자태가 이채롭다
전망대 옆에 피어난 코스모스의 수줍은 자태가 이채롭다

이름 모를 형형색색의 꽃들이 계절의 전령사처럼 무리지어 반기는 것도 봉산의 절묘함이다. 봄에 본 듯한 꽃 같은데 실상은 다른 꽃들이다. 계절을 속일 수 없다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절로 실감한다. 수줍은 듯 살며시 고개를 치켜든 코스모스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 같다.

숲길을 걷다보니 팥배나무숲이 나온다. 팥배나무는 팥알 모양의 열매가 맺히며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마사토양에서 생육하는 대표적인 자생수목으로 알려졌다. 봉산의 팥배나무숲은 서울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군락지로, 쭉쭉 뻗은 팥배나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후련함에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치유의 숲이라 이름 붙여진 편백나무 군락도 방문객을 반긴다. 아직은 2~3년 밖에 안됐지만, 지난 봄철에 비해 키가 쑥 자란 게 신기하다. 은평구청이 공들여 키운 흔적이 역력하다. 때에 이르면 봉산을 찾는 이들에게 희망과 치유의 기쁨을 안겨 주는 명산(名山) 봉산 안의 명소로 터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책로 곳곳에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고 포토 존이 설치돼 있어 봉산에 오르면 이래저래 신이 날 수밖에 없다. 건강도 챙기고 추억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서울시내 그 어디에 이곳 만한 산이 또 있을까 싶다. 봉산은 오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된다. 등산을 위해 옷이나 장비가 요란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일상의 홀가분한 옷차림이 수려한 산세(山勢)의 유혹을 온몸으로 감당하기에 좋지 않을까 싶다. 

봉산은 서울시내 어디에서든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6호선 새절역에서 숭실고등학교 정문을 지나 봉산에 오를 수 있고, 증산역에서 증산정보도서관을 지나 봉산입구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코스도 있다. 또한 구산사거리 쪽 선진운수 종점에서 봉산 등산로를 오를 수 있다.

추석 연휴라서일까.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자주 눈에 띈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아이들도 무리없이 걸어 올라갈 수 있고, 등산로가 잘 정돈돼 있어 등산객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코스다.

산에서 내려올 때 에어건으로 신발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는 것도 기분 좋은 경험이다.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걷기 좋은 도시 은평’의 열정이 읽혀지게 한다.

전망대 옆에 피어난 코스모스의 수줍은 자태가 이채롭다
전망대 옆에 피어난 코스모스의 수줍은 자태가 이채롭다
전망대 옆에 피어난 코스모스의 수줍은 자태가 이채롭다
전망대 옆에 피어난 코스모스의 수줍은 자태가 이채롭다
전망대를 겸한 포토존
전망대를 겸한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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