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왕 QwonSunWang, 당신이 먹은 것이 당신이다 You are what you eat, 105X75cm ,Silkscreen,Stencil. , 2011
권순왕 QwonSunWang, 당신이 먹은 것이 당신이다 You are what you eat, 105X75cm ,Silkscreen,Stencil. , 2011

[서울복지신문]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커피숍 로고안에 있는 왕관을 쓴 여인은 알 것이다. 사이렌siren은 신화속의 요정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사공들을 현혹시킨다는 매혹적인 인어다. 이 로고를 만든 회사는 신화 속 사이렌처럼 현대인들을 커피의 맛에 빠져들게 하려고 했던 것인가. 그 계획이 적중했던지 1971년에 만들어진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에도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목격되는 커피숍 중 하나다.

1999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커피의 표준이 될 만한 인어이미지가 들어왔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는 커피는 중동지역에서도 마시기 시작했는데 커피는 예배시간에 졸음을 쫒기 위해서도 마셨다고 한다. 이처럼 커피는 신성한 역사에서 시작했으나 이제 우리의 일상이며 습관처럼 되고 있다. 위 작품 <당신이 먹은 것이 당신이다>는 커피를 마시며 여가를 즐기고 대화의 매개가 되는 커피를 먹는 현대인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매혹적인 목소리로 뱃사람을 홀리는 사이렌 신화의 이미지가 세계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것이 작품의 모티브다.

이 인어 이미지는 16세기 노르웨이 목판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로 구체화 되었다고 한다. 인상주의 화가 마네가 그린 <풀밭위의 식사>는 라이몬디(Marcantonio Raimondi, 1480~1534)의 동판화에서 온 것처럼 판화 이미지는 잃어버린 기억과 자료를 구해주는 만물상인 듯하다. 공교롭게도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와 커피로고의 인어 이미지는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자는 숲속에서 정장을 한 남성들과 벌거벗은 채 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으로 그려져 관객의 지탄을 받았고 후자의 인어는 꼬리가 양쪽으로 들어 올리어져 의혹을 샀다. 마네의 그림은 당대의 부조리한 사회를 풍자한 작품으로 미술사의 현대적 작품으로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되고 있다. 인어이미지의 초창기 버전은 갈색으로 그려졌으며 꼬리가 두 갈래로 갈라진 인어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인어로고 초기의 상표이미지는 꼬리가 두 개로 양쪽으로 들리어 올라가 선정적이라는 부분에 대해 지금은 하단을 삭제해서 선정성을 피했고 녹색으로 좀 더 스마트하게 변했다. 이것은 그래픽디자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종이컵에 새겨져서 사물에 그림이 들어간 융합적 성격이 강한 디자인이다. 목판으로 제작된 인어 이미지는 새롭게 리메이크 되었고 오늘날 세계도시에 진출해서 도시의 현재를 인어이미지로 소비시킨다. 고전적인 시각이미지는 목판화로 시작되었고 삽화로 잔존한 이미지는 도시의 새로운 이미지로 확장되고 있다.

도시의 일상 속에서 점심시간에 인어가 그려진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이동하는 사람들은 바쁜 도시의 흔한 풍경이다. 한국인에게 전해오는 숭늉의 유전자가 커피로 전이된 것일까. 지금 한국인들은 식후에 커피를 좋아한다. 색깔이 비슷해서인지 낯설지도 않다.

마시면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심장을 뛰게 하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는 예민한 사람이라면 저녁에는 피하는 것이 좋지만 아침에 한잔은 정신을 맑게 해주는 느낌으로 피곤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식전에 마시는 커피 한잔과 식사 후 마시는 커피와 초콜릿은 이제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일상이 되었다.

커피는 이제 세계인이 즐기는 음료다. 이른 아침 커피의 향기처럼 들려오는 종전의 이야기가 한반도 평화의 사이렌처럼 들리어 온다. 북녘 땅 경제발전의 청사진과 함께 평양역에서 마실 커피를 생각해본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의 소리가 유혹의 사이렌이 아닌 단풍나무에 새겨질 아름다운 역사의 여명이길 바란다.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초빙교수 권 순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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