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일할 날을 손꼽으며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일할 날을 손꼽으며

[서울복지신문] 특성화고교를 졸업한 뒤 최초 공개채용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뒤로 전공이었던 경영, 회계와는 상관없이 서울대병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나에겐 병원환경과 의학용어를 포함한 사회생활 자체가 낯설었다. 그리고 서툴렀다. 그러나 나는 해내야만 했다. 실질적인 가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어느덧 올해로 8년차가 됐다.

일을 하면서도 학업에 대한 갈증은 깊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주님에게 나의 길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그러면 잠시나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던 중에 필리핀 선교사님이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설교하시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날 선교사님은 필리핀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그 아이들은 육체적으로 아플 뿐만 아니라 그 영혼들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 아이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파도가 요동치듯 마음속에서 슬픔이 사무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게 어떤 깨달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루는 주님이 나에게 ‘나와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뒤, 내 생활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병원에 출근하는 일은 영혼을 달래러 가는 일처럼 진지하게 느껴졌다. 내가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내원객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고, 내가 일하는 소아신장투석외래와 관련한 많은 것들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의료 사회복지사분들의 노력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부모의 상황을 살피고, 더 나은 후원단체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뒤 마음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 계기로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한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에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아픈 환자들을 보며 쓰라렸던 마음도 뒤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곤 했었다. 또한 퇴근시간이 1분이라도 지나는 것이 견디기 괴로운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었다. 예를들어, 절차를 건너뛰고 무작정 예약을 잡아달라고 하는 보호자들.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고 그래서 그들을 진상으로 생각하며 거리를 두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진심으로 공감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포기하는 사람들이나, 부모님에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을지, 그들의 아픔은 얼마나 깊을지 고민하게 됐다. 더 나아가 지금 일하시는 의료사회복지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또한 보호자 분들의 마음도 헤아리고자 노력한다.

때로는 보호자와 환자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할머니는 모야모야병을 앓고 난 뒤 신장투석을 앞둔 손자의 손을 꼭 잡고 우리 병원에 오신다. 힘들 법도 한데, 할머니는 미소를 잃지 않으신다. 진료가 지연 돼도 부드러운 미소로 기다리시고, 진료가 끝나면 마주치는 병원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신다. 그 모습에서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배우고 있다.

눈 맞춰드리고, 손 잡아드리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 역시 병원에서 일할 때, 학교에서 공부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사실을 많이 느끼고 있다. 좋은 말씀이 생각난다. 함께 나누고 싶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고린도전서‭13:2-3>‬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참 따뜻하다. 개인이 중시되는 시대인데,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게 큰 축복 같다. 사회복지학과 18학번에는 55년생부터 96년생까지 세대별 폭 넓은 학우들이 모여 있다. 평가를 받는 일에 있어서 치열할 수도 있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돕고 있다. 언니들이 어려워하실 때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힘을 다해 돕고, 우리가 삶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사회에 미성숙하게 대처할 때에는 언니들이 마음으로 품어주시고 조언도 해주신다. 이대로 함께 졸업을 위해 차근차근 나아갔으면 좋겠다.

다른 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기 위해 소소하지만 사회복지학과의 과대표로서 일하게 되었다. 처음이라 힘든 부분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이겨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공감하고 힘써주시는 분들이 많다. 멀리 갈 때는 함께 가야한다는 말을 300% 이상, 느끼고 있다.

교수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정말 작은 부분부터 신경써주신다. 또한 섬세하게 지도해주신다. 차갑고 딱딱한 대학교를 생각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면,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추천한다. 따뜻한 사람들과 따뜻한 추억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고은지/ 명지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사회복지학과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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