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원장(가운데)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과 포즈를 취했다
이현석 원장(가운데)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과 포즈를 취했다

[서울복지신문=김한울 기자] “장애인이 좋아 시작했어요.” 대전시 서구에서 ‘다솜 장애인 단기거주시설’과 ‘어울림 보호 작업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이현석 원장(42)은 30여 명 장애인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되어 함께 살고 있다. 힘들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궂은소리 한 번 없이 그들 곁에 선 이유는 평생 힘이 닿는 한 동반자가 되어주겠노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반평생 장애인과 동고동락하면서 울고 웃었던 그의 이야기를 본지에 담았다.

Q. 운영하는 장애인 보호 작업장 및 거주 시설에 대해

2016년 5월 문을 연 다솜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은 대전 서구 도마동 62-40에 위치하며 형태는 단독주택입니다. 자폐장애 1급 3명과 지적장애 1급 1명, 2급 4명, 3급 1명, 뇌병변 장애 1급 1명 등 총 10명의 장애인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근로와 교육을 제공하는 어울림 보호 작업장은 2018년 11월 개원해 20명의 장애인이 이용 중입니다. 모두 지적장애인으로 근로와 훈련으로 구분해 운영합니다. 시설의 위치는 대전 서구 만년로68번길 15-26 5층 502호입니다.

Q. 시설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단기거주시설의 경우 입소비를 받아 90%의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대전시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실 형편이 넉넉한 장애인 가정은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때문에 비용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해 늘 미안한 입장입니다. 실제로 미납도 자주 발생하고요. 하지만 시에서 지원하는 재원이 적기 때문에 후원금 및 자원봉사가 제대로 오지 않는 열악한 시설에서는 다른 방도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나라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고요. 게다가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중증 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에 24시간 케어가 불가피하고 기본적인 식사와 빨래, 응급 상황 시 대처, 재활 등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주야로 근무하는 종사자 5명이 전부니까요.

어울림 보호 작업장의 경우는 장애인 20명과 종사자 3명이 월 매출 100~300만 원을 벌고 있습니다. 주로 쇼핑백 접기나 기어봉 조립과 같은 단순한 일을 하고 있죠. 적은 수입에 장애인 급여와 시설 운영비, 식대, 차량유지비, 작업장 월세 등을 공제해야 하니 늘 빠듯할 수밖에요. 더군다나 장애 정도가 서로 차등이 있다 보니 근로 능력도 다르고 생산 속도도 제각각입니다. 운영 형편이 나아 시설 장비나 기능 보강을 받는 작업장은 그나마 상황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자립이 어려운 시설의 경우에는 매출을 신경 써야 할지, 일하는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지요. 제품의 납기일은 정해져 있고 계속 일을 받아서 하려면 퀄러티도 좋아야 하는데, 평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니 참 쉽지 않습니다.

Q. 가장 힘든 점은 무엇

앞서 이야기 했듯이 단기거주시설의 경우 인력 부족의 어려움이 큽니다. 5명이 주야로 돌아가며 장애인 10명의 생활을 책임지는 상황이라 극심한 업무 강도에 모두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지자체에서 종사자 인력만이라도 지원해주길 바라는 입장입니다. 자원봉사나 공익 근무, 학교나 관공소 등을 활용하면 부족한 인력이 보완될 텐데 말입니다. 아울러 지역사회 인식 부족 등이 아쉽습니다. 장애인 거주 시설이 동네에 들어서면 무턱대고 반대부터 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민원 해결부터 설립 허가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대전시는 장애인 복지에 앞장서는 지역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원받지 못하는 시설, 장애인들의 불편이나 호소를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때가 많습니다. 그게 사실 가장 힘들고 속이 상하죠.

Q.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보람을 느끼기에 힘든 와중에도 함께 하는 것 아닐까요? 얼마 전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의 어머님께서 치매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에 혼자 계셔서 걱정이라는 말에 서둘러 노인요양등급을 받으실 수 있게 알려드리고 치매전담보호사를 가정에 소개시켜드렸습니다. 이렇듯 저는 장애인이나 그 가족의 어려움이 있을 때 고민을 해결하거나 도움을 주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힘이 될 때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되새기죠.

Q. 장애인과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화

한번은 대둔산 수락계곡별장으로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무척이나 많이 오던 날로 기억합니다. 깜깜한 밤이 됐는데 장애인 한명이 집에 간다며 고집을 피우는 것입니다. 어르고 달랬는데도 불구하고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때부터 ‘비오는 밤의 레이스’가 펼쳐졌습니다. 그 아이가 논으로 도망을 쳤는데 비가 오니 밭이 펄이 돼 뛸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고 벼가 상하고 난리도 아니었지요. 더 아찔한 것은 벼락이 칠 때마다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밤새 진을 빼고 새벽 6시가 돼서야 논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감기가 들까봐 약을 먹이고 집으로 데려왔는데 보고 있노라니 어린아이 같아서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참 재미있어요.

Q. 대전 지역 내 장애인 인식 수준과 복지 수준은

상중하 중에 ‘하’에 가깝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 마냥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교육도 있고, 때가 되면 캠페인이나 행사도 열고, 복지 정책도 수없이 펼칩니다만 효과나 홍보는 아주 미비합니다. 또 장애인과 24시간 생활하는 저희 같은 시설들에게는 강한 규제와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어 지원에 소극적이고요. 그러니 누굴 위한 법인지 지원인지 와 닿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관련 공무원조차 장애인 인식이 부족한 상태로 관련 행정을 펼치고 있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제가 실업자가 돼도 좋습니다. 나라가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말 일반인과 동일하게 생활하며 재활 및 케어를 해줄 수 있다고 하면 제가 일자리를 잃는 것이 반갑지 않겠습니까?

Q. 현재 장애인 시설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

시마다, 구마다, 시설마다 편차가 있고 지원금이나 후원금도 차등이 있어 개선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장애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운영할 수 있도록, 혹은 기업과 연계해 일자리 사업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시에서 지원해주길 바라는 바입니다. 또 장애인 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소방법, 장애인 편의시설 증진법, 건축법, 사회복지법 등을 통과해 허가를 내도 설립 1년 이상 개인 사비로 운영해야 하니 돈이 없는 복지사는 사회복지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복지 활성화를 저해하고 발전을 막는 꼴이 되겠지요.

Q. 본지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저 또한 처음에는 장애가 먼저 눈에 들어와 나와 다르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곁에 서서 자주 보고 생활하다보니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나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우리와 다르게 생기고 낯선 행동을 하더라도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마시고 따뜻한 관심으로 자주 바라봐주세요. 우리와 함께 하는 이웃, 가족으로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서 장애인들에게 많은 급여가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치료센터를 갖춘 복지관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Q. 프로필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올해 나이는 42살, 이름은 이현석입니다. 항상 힘이 되어주는 배우자와 8살 아들, 2살 딸, 곧 태어날 아이까지 총 세 자녀를 둔 가장입니다. 대학은 기계과를 졸업했는데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네요(하하). 장애인이 좋아 사회복지에 뜻을 두게 됐고, 장애인 공동생활가정부터 단기거주시설, 보호 작업장, 사회적 기업 등을 운영하며 반평생 이상 장애인 자립 및 인식 개선에 앞장서 왔습니다. 이밖에도 24시간 돌봄 케어, 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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