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김수용 씨 가정
적십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김수용 씨 가정

[서울복지신문=우미자 기자] 김수용 씨(만 38세 가명)의 큰 딸 유미(만 15세 가명)는 집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했다. 좋지 않은 환경 탓에 아이에게 집이 무서운 곳으로 인식된 것. 거기다 유미는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겪으면서 불안해하는 날들이 늘어났고, 중학교 때는 검은 물체가 보이는 환시까지 나타났다. 수용 씨는 유미의 상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수용씨는 아내와 함께 세 아이를 낳고 다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웠다. 대포차 명의 때문에 고소를 당한 상태이며, 이 일로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이로 인해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선뜻 주민등록을 살리지도 못하고 있다. 부채로 인해 채무자들이 아이들의 학교에 찾아갈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용 씨와 아내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수용 씨는 허리디스크와 어깨의 담으로 때때로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아프지만 오토바이 한 대를 재산 삼아 배달 일을 했다. 수용 씨의 아내는 마트에서 근무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부부는 부족한 생활비를 쪼개 부채를 갚으면서도 큰 딸 유미를 위해 이사를 결심했다. 전에 살던 집은 집 안에 온통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없애도 계속 생겨났고 마음이 여린 유미는 무서워하며 집에 들어가기 싫어했다.

다행스럽게도 SH매입임대주택에 선정돼 이사한지 1년 남짓 지난 현재 유미는 눈에 띄게 밝아지고, 환시 증상도 많이 사라졌다. 올 해 첫째 유미와 둘째 유진(만 12세 가명)이가 각각 고등학교,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지출이 늘어나고, 설상가상 수용 씨의 오토바이까지 고장이 나면서 결국 또 빚이 늘어나고 말았다. 최근에 배달일이 줄어들면서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적십자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수용 씨 가정의 사연을 접하고 위기가정 긴급지원 제도를 통해 3개월분의 생계비를 지원했다. 수용 씨는 우선 다급한 부채부터 상환하고, 당장 필요한 병원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적십자의 생계비 지원 덕분에 수용 씨 가정은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급한 부채를 해결했고, 아내의 손목도 치료했다. 수용 씨의 세 아이도 웃음을 되찾고 있다.

큰 딸 유미는 곧 먹던 약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담당의사는 아이가 많이 좋아졌으니 약을 점차 줄여보자고 했다. 심리치료는 바우처 지원을 받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유진이와 셋째 유빈(만 4세 가명)이는 태권도를 시작했다. 특히 어린이집에 다녀온 후 홀로 집에서 놀아야 했던 유빈이가 누나와 함께 태권도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아이들을 두고 일하러 가야했던 수용 씨와 아내의 걱정도 덜었다. 수용 씨는 현재 주민등록 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에서 소개해 준 변호사와 상담하고 있다.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택배 일을 하고 싶다는 김수용 씨는 “갑작스런 일들이 겹쳐 막막한 상황이었는데, 적십자에서 도움을 주셔서 한시름 돌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이 있지만,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적십자와 후원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실직, 질병, 사고, 재해, 범죄피해 등 갑작스러운 위기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위기가정이 다시 희망을 찾고 일어설 수 있도록 긴급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조금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사회복지 시스템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의 위기가정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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