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라는 슬로건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추모하고 있다 ※ 출처: 블로그 ‘러블진’님
‘정인아 미안해’라는 슬로건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추모하고 있다 ※ 출처: 블로그 ‘러블진’님

[서울복지신문] “시스템을 바꿀 수 있도록 법안 통과에 마음을 쏟겠습니다”, “법 개정을 조속히 처리해 재발 방지에 모든 역량을 총원하겠습니다”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고통 속에서 마감한 정인이를 추모하는 움직임과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아동 학대방지’ 법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매일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 절차에 대한 관리 감독 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을) 국회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의제로 어린이 안전을 말씀드렸다”며 “현재 시스템을 바꿀 수 있도록 법안 통과에 마음 쏟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8일 오후에는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가 김창룡 경찰청장을 직무유기 및 살인방조 혐의로 고발한 바 있으며 늑장대응을 부린 양천경찰서 서장은 물론 관계자도 징계를 받게 됐다.

문제가 발생하고 난 뒤 대처는 참 빠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이야기, 이제 그만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비슷한 사건은 매회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지겹도록 듣는 이야기는 “개선하겠다, 법 개정에 힘쓰겠다”다. 그러나 정인이는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다. 지금도 곳곳에서 제2의, 제3의 학대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그때마다 시기를 놓치고 의미 없는 책임전가를 해야 한단 말인가. 한탄스러울 뿐이다.

최근 3년간 아동학대 건수는 총 7만7천여 건으로 매년 급증 추세며 범죄 수법 역시 날로 잔혹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대 국회에서 다뤄지지 못하고 폐기된 아동학대 관련 법안만 34건에 달한다.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자택에 즉각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아동학대 가해자의 형량을 늘리는 법안 등이 논의되지도 못한 채 묻힌 것이다. 책임의 소지가 정부와 국회에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이유다.

현재 정인이 사건의 비난은 양천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물론 그들에게 과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만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서 양복 입고, 뱃지 달고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도 책임을 묻고 싶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온라인을 통해, 서명을 통해 “법 개정에 힘쓰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싶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며칠 만에 법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며 “법안을 만들기 전에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쳐 정교한 법안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피해 아동을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마치 큰 이슈를 놓쳐서는 안 되는 모양세로 20대 국회에서 줄줄이 폐기한 법안들을 뒤늦게 발의할 것이 아니라 진정 재발 방지가 목적이라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확실한 대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자신 없으면 빠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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