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훈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장
김현훈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장

[서울복지신문] 그 뜨거웠던 여름을 기억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땀입니다. 체질적으로 땀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지난여름은 달랐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아침저녁으로 몸에 와 닿는 초가을바람이 더없이 상쾌하고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줍니다. 아마도 여름에 흘린 땀의 대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흔히 땀을 노력의 상징이라며 모든 성공의 귀결을 땀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의 결과를 놓고 땀을 많이 흘렸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헤아리기도 합니다. 땀을 흘리지 않고는 일할 수 없다는 비유적인 말도 나옴직 합니다.

그런데 만일에, 일하지 않고도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힘들여 일하지 않고 땀 흘리지 않으면서도 목표에 도달하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면 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일면 듭니다. 솔직히 그러한 경우가 생긴다면 오랜 고민 없이도 선뜻 그 일에 손 내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정작 현실에 대입해본다면 그 바람은 한갓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고 과욕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대가는 가치가 없고 그 결론은 결코 희망적이지도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의 한 신경과학자의 실험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잘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는 버튼을 눌러야 돈을 받을 수 있는 장치와 안 눌러도 받을 수 있는 장치로 실험을 한 결과 버튼을 누르지 않고 공짜 돈을 받는 것보다 평범한 버튼이지만 누르기를 할 때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 선조체가 더 활성화됐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뇌의 선조체 부위가 활발해지면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다량 분비됨으로 인해 인간은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만족감을 느끼도록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것은 ‘새로움’입니다. 근본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자주 새로운 놀라움에 자극받고 있습니다. 뇌는 나태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에 “선택이 주어진다면 심지어 쥐들도 공짜로 뭔가를 얻기보다 그들의 음식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래서 뇌를 자극하기 위해선 땀을 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가까운 예로 사우나에서 흠뻑 땀을 빼고 나면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유를 배달시켜 먹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처럼 땀은 몸속에 부산물을 체외 밖으로 배출하고, 피를 맑고 원활하게 순환시켜 세포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땀은 인체에 유익한 영향을 주면서 또한 삶의 활력을 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면을 보면 허탈해지다 못해 공황장애에 빠진듯 심신의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무슨 ‘대장동’이라고 하는 곳에서 일확천금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몇 백억, 몇 천억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고, 그로인해 돈의 가치가 무감각해져 마치 다른 세상에 여행 온 것처럼 이질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감상일까요? 거기에 더해 일확천금을 쥔 그들이 그 돈을 벌어들이는데 있어 그다지 땀도 흘리지 않았다는 현실에 대한 자괴감으로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공정의 가치를 바탕으로 땀을 흘리지 않고 벌은 돈은 진정한 가치가 없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돈을 벌어 인생을 재밌게 살겠다는 것은 도둑심보나 다름이 아닙니다. 불로소득을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 통합과 안정은 불가능해집니다. 안 쓰고 안 먹고 평생 월급을 모아도 내 집 마련조차 어려운 서민들이 막대한 규모의 불로소득을 보면서 느끼는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누구는 앉아서 떼돈을 버는 데 땀 흘려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 얼마나 들 까요.

일하겠다는 의욕을 저버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땀을 흘려서 가치 있는 삶을 살겠다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불공정으로 멍들게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우리 모두 땀에 흠뻑 젖고 그 즐거움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뇌를 황홀한 사랑에 빠지게 하여 덩달아 춤을 추는 공정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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