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나남여성의원장
남소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나남여성의원장

[서울복지신문] 지나치게 조인 벨트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수면 중에 가급적 허리가 헐렁한 잠옷 등을 권장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꽉 조인 벨트는 배보다 허리를 더 지탱하기 때문에 복강과 하복부는 스스로 지탱할 수 없어 힘이 빠지게 된다. 복부의 전후와 허리 근육 힘의 균형이 깨지고, 복부에 힘이 없는 상태에서 허리힘만 과도하게 쓰게 된다. 그 결과, 무거운 물건을 들기 힘들어지는 등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배의 장기가 압박을 받거나 척추에 손상을 입을 위험이 커진다.

남성들이 벨트로 배와 허리를 조이면 하복부와 고환이 압박돼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정력이 감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특히 척추 전방전위증(척추 뼈 위, 아래 마디가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앞으로 밀려나가 생기는 질환) 환자나 요통 환자의 경우 손상부위에 벨트를 매게 되면 그 부위로 힘이 쏠리게 돼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잘못된 허리띠 착용으로 인한 피해는 여성들에게서도 나타난다. 벨트를 할 때는 복부를 조이지 말고 골반 옆에 튀어나온 골반뼈에 살짝 걸치는 형태로 매는 것이 좋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상의가 흘러내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 헐렁하게 매는 것이다. 맵시를 위해 허리띠를 꼭 조여야만 한다면 적어도 앉을 때만큼은 벨트를 한 두 칸 더 푸는 것이 좋다.

여성이 골반·생식기가 꽉 끼는 옷을 입으면 통풍이 안 돼 생식기 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다. 질염을 일으키는 혐기성 균이나 진균(곰팡이)류는 산소가 없는 곳에서 활동이 왕성하다.

생식기 주위를 꽉 죄는 옷을 입는 것만으로 대하증이 올수 있으며 염증이 생기면 푸른색, 더 안 좋아지면 누런색으로 변하고 악취도 나기도 한다. 이 경우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서 통풍이 잘 되는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한다.

외음부에 각질이 생기는 접촉성 피부염이나 가려움증도 유발한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골반·복부를 조이면 하지정맥류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은 다리 정맥의 판막이 손상돼 혈관이 기형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종아리에 지렁이가 기어가듯 정맥이 구불구불하게 솟아오른다.

너무 꽉 끼는 브래지어·탱크톱을 착용하면 들숨 때 평소보다 많은 힘을 줘야 한다. 혈액 순환이 잘 안 되고, 피로감이 빨리 오므로 불가피하게 착용했다면 집에 돌아와선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경직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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