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주필,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주필, 명예회장, 교수

[서울복지신문]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모든 개인이 각자 다른 형태로 분노를 경험한다. 스스로 분노를 억누르는 유형, 참지 못하고 쏟아내는 유형,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분석하는 유형, 분노의 에너지를 편리한 도구를 쓰듯이 활용하는 유형이 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일상 속에서 불끈 솟아나는 분노의 감정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일이나 인간관계는 훨씬 수월해지고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대개 자신이 분노했다는 사실을 인식할 뿐, 그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노 이면에 숨겨진 자신의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는 온몸을 엄습해오는 분노의 파도를 제어하고 활용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분노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삶의 에너지가 된다고 ‘충페이충’의 ‘심리학이 분노에 답하다’에서 알려준다. 10여 년간 심리상담사로 활동해 온 그는 수많은 내담자를 만났다. 그들은 배우자, 부모, 자녀, 상사, 동료, 낯선 사람에게 분노한다고 했다. 그런데 화를 내거나 꾹 참는 것 외에 다른 방식을 몰랐다. 우리가 분노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로 분노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단언한다. 분노는 나쁜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를 억누르거나 충동적으로 분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야말로 변화를 이끄는 최고의 길이기 때문이다.

분노하는 이유와 그 이면에 충족되지 못한 감정을 이해하다 보면 분노는 삶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 분노는 사랑에 대한 호소이고 관계에 대한 갈망이며 힘찬 생명력의 분출이다. 이 분노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안의 분노를 이해하면 분노는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우리사회는 묻지마 살인과 데이트 폭행 살인, 층간 소음 살인, 아동학대살인 등 어느새 ‘분노중독사회’가 되어 버렸다.

일본 ‘하라다 다카유키’(범죄심리학)교수는 범죄자들은 자신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 관계성이 끊어지면서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진단다. 나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신림역 흉기 난동 범 ‘조선’, 평소 사회적 유대 관계없이 은둔 형 외톨이로 살았던 살인범 ‘정유정’ 등. 고도 경제 성장이 정점을 찍은 후 나타난 경기 침체, 불행하다는 생각이 전염병처럼 번져 극단에 선 이들이 묻지마 범죄자로 악마가 된다. 최근‘서현역 무차별 차량·흉기난동’의 최원종은 사실상 범행을 예고했었다. 23살 고졸 배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 곧 이(異)세계로 간다” 등의 글을 썼었다. 그는 ‘조현성 인격 장애’ 진단자이다. 특히 대인기피 증세 등으로 5년간 치료를 받았지만, 정작 조현 성 인격 장애 진단 시점에는 치료를 중단했다. 대전 대덕구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흉기로 찌른 20대 남성 역시 조현병 및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자료에서 작년 폭력 사건 중 약 40%가 홧김에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조절장애자는 매년 급속도로 증가한다. ‘조절이 안 된 분노’의 위험은 예기치 못한 폭력성과 파괴성이 된다. 극단적 분노는 살인과 자신에겐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하버드대 정신과 ‘조셉 슈랜드’박사와 ‘리 디바인’이 함께 쓴 ‘디퓨징’에서 화를 유발하는 주된 요인은 ‘내 것을 빼앗길 것 같다’는 의심과 다른 사람에 대한 질투라는 점을 깨닫고, 화라는 감정이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 진화된 인간 나름의 생존전략이라는 점도 밝혀냈다. 분노는 이제 타인에게 위협감이나 공포감을 주어 상대를 내 뜻대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무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망쳐 버리는 독이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분노’는 삶을 치명적으로 망가뜨리는 폭탄과도 같다.

정신질환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27.3명이나 된다. 최근‘안철수’의원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에 정신건강 검진을 추가해서 관리할 것을 주장했다. 먼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올바른 정신건강은 건강한 국가미래를 만들어가는 열쇠다. 사전 검진으로 예방 할 수 있는 관리를 시스템화하여 ‘예고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범죄’로 철저하게 예방 관리해야한다. “정신장애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정상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영화조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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