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를 하나로 '연대의 초석'을 견고히 다지고 있는 김현훈 회장
▲ 사회복지를 하나로 '연대의 초석'을 견고히 다지고 있는 김현훈 회장

[서울복지신문=김수정 기자] '약자와의 동행'. 서울시의 기조 정책이다. 대다수는 '약자'란 특정층만을 지칭하며, 이 정책은 단지 그들 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약자'는 우리 모두일 수 있다. 가벼운 부상으로 다리 골절을 당해 회복하는 기간 동안 거동이 불편해진 내가 '이동약자'가 될 수 있고, 미처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히지 못한 우리 부모님이 '디지털약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즉, '약자와의 동행'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서울 시민 모두를 위한 정책이다. 

'약자와의 동행' 그 중심에는 서울시민의 복지 증진과 발전에 기여하는 법정단체인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가 있다. 초봄이 살며시 고개를 드는 겨울 끝 달의 어느 날,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의 수장, 김현훈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장, 은평구사회복지협의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회복지법인 행복창조 이사장이자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13대에 이어 제14대 서사협 회장을 연임하며 거듭되는 변화와 혁신으로 서울시민들과 약자와의 동행에 기여하고 있는 김 회장을 만나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 2024년 새로운 도약과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곳곳에 파편화 되어 있던 사회복지를 하나로 결집시킬, ‘연대의 초석’을 견고히 다지는 김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이하 서사협)은 어떤 목적과 역할을 가지고 있나요?

- 서사협은 서울시민의 복지증진과 발전에 기여하는 법정단체로써 사회복지에 관한 조사 연구, 각종 복지사업 조성 및 협의, 조정 등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서울형 복지제도가 시민 누구나 형평성 있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죠. 특히 △사회복지 현장 중심의 현안 논의 △서울지역 사회복지 단체와 함께 연구 기반의 정책 의제 발굴 및 제안 △시‧도 및 시‧군‧구협의회 간 교류를 통한 협력사업 논의 △민간 중심의 복지자원 조성을 위한 맞춤형 자원발굴 및 배분체계 구축 △사회복지종사자 역량 강화 및 사회복지법인‧시설 운영 활성화를 위한 교육 등의 사업을 운영하며 사회복지 현장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회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사회복지 분야에서 현재 서울시가 당면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현재 서울시에는 다양한 사회복지 분야가 있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으며 정책들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광범위한 사회복지 서비스들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협의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기능이 조금 약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책과 현장의 방향성이 한 방향으로 간다면 적은 예산을 들이고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정책과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면 많은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그에 따른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즉, 시민의 복지 체감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죠. 정책과 현장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고 이 매개체 역할을 하는 조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사협에서는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Q. 서사협에서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 시대는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사회적 위험과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정해진 정책들은 이 시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사협에서는 이러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과 이론, 실천을 신속하고 기민하게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일례로, 법인 대표자 포럼이나 경영자 포럼 등의 교육을 실시해 시대의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서사협이 서울시 내 사회복지 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거나 협업하는 방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함께 어떤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고 있나요?

- 사회복지 각 분야 별로 안고 있는 과제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서사협에서는 ‘정책 제언집’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시 내 다양한 단체들이 안고 있는 과제들을 전부 다 모아 분석하고 연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지원, 내지는 수정 및 시정 요청을 하죠. 그리고 이 과정을 모두 분석하고 통계를 내 매년 해결해가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종사자 처우 개선이나 시설 간의 형평성 문제 등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정해진 우선순위 별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노력들을 하고 있죠.

Q. 서사협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서울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고 있나요?

- 협의회 자체가 서울시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복지 증진을 위해 항상 열린 조직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일례로, 서사협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고 교육하고 시설로 파견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모아가고 있습니다. 또, 더 나아가 현재 서울시 각 구마다 협의회가 현재 만들어져 가고 있는 중이고요. 각 구 협의회는 관내 사회복지 관련단체들이 모여 이뤄지기에 각각의 지역사회 대표성을 띄고 그 안에서 의견을 모아간다면 서사협에서 지금보다 더 촘촘하고 적극적으로 각 구의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반영할 수 있겠죠. 덧붙여, 이 협의회들이 각 지역 주민들에게 ‘늘 열려있는 사랑방’으로써의 기능을 잘 이행해, 사회복지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의식 변화까지 이뤄진다면, 더더욱 의미가 깊을 것 같습니다.

Q. 현재 서사협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나 활동에 대해 알려주세요.

- 올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사회복지계 정책 지원을 위한 ‘정책 지원집’을 현재 만들고 있습니다. 또 하나 현재 연구하고 있는 것은, ‘성년후견인 제도’입니다. 현재 이 제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정착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인구의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등 심리·정신적 제약을 가진 인물을 대신해 법정대리인 역할 등을 하는 사람 또는 법인 등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하거든요. 물론 성년후견인 제도가 필요한 분들과 가장 밀접한 사회복지사나 기관 등이 1:1 매칭을 통해 그 분의 생활을 서포트하고 삶의 안전을 보장하며 책임져줄 수 있는 시스템 등이 필요한데 아직 구체화가 안 되어 있어요. 따라서 서사협이 현재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들어보니 꼭 구체화 될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서사협이 이밖에 어떤 프로젝트나 활동 등을 연구하면서 겪는 고충이나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사회복지가 의외로 규제가 너무 많아요. 규제에 묶여서 문제를 해결을 못하는 경우가 참 많죠. 예를 들어, 사회복지 시설을 하나 운영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이 운영을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 노동법, 근로기준법, 상법, 정부 지침 기준 이런 것들을 모두 따라야하죠. 법을 지켜 운영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인데, 이게 다 하면 하나의 시설을 운영하는데도 너무나 많은 법에 저촉을 받는 상황 아래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일례로, 노인복지시설에 어느 날 장애인이 와서 당장 배가 고프다고, 밥을 한 끼 달래요. 그런데 그 밥을 한 끼 제공해주면 그것도 법에 저촉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유연성이 없는 거죠. 법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복지 서비스 같은 것들을 좀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는 ‘적용의 유연성’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꽉 조여 있어요. 기관을 운영하다보면 예측을 벗어난 다양한 상황들이 생기는데, 이런 상황들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가 없는 거죠. 까다로운 절차에 매여 이를 위한 행정업무 처리를 하는데 너무 많은 인력 소모가 이뤄지다보니, 정작 사회복지 현장에서 대상자들에게 쏟아야 할 에너지가 부족한 게 사실이죠. 대상자가 아파 누워있더라도 우리는 서류 정리부터 해야 되는 현실이 안타깝죠. 규제 개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지 법인 시설들의 규제 개혁에 관해서도 지금 연구를 하고 있죠. 정부에서도 사회복지 문제만큼은 기관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적극적인 규제 개혁에 힘을 쏟는다면, 국민들의 복지 체감도도 더 높아질 거라고 봐요. 이런 노력들이 우리 서사협이 앞장서 해결해나가야 되는 일이겠죠.

Q. 서사협이 추진한 프로젝트나 활동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있으신가요? 회장님께서 지난 2020년부터 정책 연구 사례집이라든지 매뉴얼 등을 혁신적으로 보완하는 등 정책적으로 큰 기여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 성과를 인정받아 제13대 서사협 회장에 이어 제14대에도 회장으로 추대돼 연임하시게 됐구요. 이와 관련해 자세히 좀 듣고 싶습니다.

- 그 전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구체화해 정책 지원할 필요가 있으니 이제 그런걸 만들왔던 겁니다. 협의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협의회의 기능 및 역할이 굉장히 달라질 수 있거든요. 서사협에서는 서울시 전체 사회복지 문제 전체를 어떻게 연결하고 다룰 것인가에 큰 초점을 맞췄습니다. 즉, 사회복지 시설들이 안고 있는 문제, 사회복지 법인이 안고 있는 문제, 또 구 협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각각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끊임없는 연구를 해왔죠. 법인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정책 제안, 그에 대한 사례집, 자료집들까지 발간했죠. 일상적으로 하는 굉장히 잔잔한 일들인데도 이런 것들이 사회복지계에 도움이 되고 있으니 더 사명감이 생기는 게 사실입니다.

▲ 서사협 정책연구사례집 및 토론회 자료
▲ 서사협 정책연구사례집 및 토론회 자료

Q.  서사협에 기쁜 소식이 있던데요. 사회복지협의회가 ‘의무설치’로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법제화 된 것과 관련해 2024년 서사협에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 네, 작년 12월 말 국회에서 사회복지사업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서울에 8개 밖에 만들어져 있지 않았던 사회복지협의회가 의무설치로 바뀐 거죠. 이로써 올해부터 전국 행정단위 마다 서울에는 25개 모든 시군구에 협의회를 두게 됐습니다. 협의회가 이제 각 행정 단위마다 의무설치가 되는 법이 만들어졌으니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촘촘히 잘 들을 수 있는 통로가 이제 마련된거죠. 우리 서울 만의 노력은 아니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전국 시도 사회복지협의회가 다함께 노력을 해 본을 바꿨어요. 아주 큰 성과죠. 지금은 각 구가 완성도 있는 협의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대한민국 사회복지계를 이끄는 서사협 수장으로써 2024년 각오와 비전이 궁금합니다.

처음 서사협 회장이 되며 목표했던 바가 3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서울에서 복지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뜻을 좀 모으면 좋겠다. 둘째, 실천 방법이나 생각 등은 다양할 수 있지만 우리가 힘을 하나 되는 곳으로 모아 ‘복지력’을 좀 키워가면 좋겠다. 셋째, 사회복지 기관들이 복지에 대한 정체성과 고유성을 지켜가며 공동의 책임을 다해 적극적인 활동으로써 어떤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는 이러한 목표들을 구체화해 가는 일들을 하고 싶었던 거고, ‘이 과정을 통해 서울의 복지가 우리 대한민국 전체로 뻗어나가는 조그만 영향력이라도 미치면 좋겠다’ 이것이 서사협 회장으로써 가졌던 신념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신념들이 우리 직원들 모두에게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보람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왜 우리가 사회복지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의 의미를 깨닫고, 그것이 일로써만 끝나는 것이 아닌, 일이 자기 삶과 하나가 되었을 때 진정한 ‘복지’ 본연의 가치를 서비스할 수 있다는 이 신념을 2024년에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Q. 긴 시간 인터뷰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회장님께서 생각하는 ‘복지’란 무엇입니까?

- 복지는 ‘시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한줄, 시 한줄 쓰는데 얼만큼 많은 고뇌가 들어갑니까. 사회복지는 그런 마음으로 해야 된다고 봐요. 한 개인이 안고 있는 문제를 사회복지사가 돕고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한 개인에게 담겨있는 역사, 가치관, 삶의 총체적인 부분을 사회복지사가 하나하나 이해하고, 귀담아 듣고, 또 공감하는 고뇌의 시간을 거쳐야 ‘그 사람을 그 사람답게’ 서포트 해줄 수 있죠. 개인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자기 품위의 힘으로, 스스로가 본인 삶의 주체이며 마땅히 존엄을 누려야 할 존재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즉, 단순한 마음만 가지고 바라봐서는 안돼요. 이 사람 내면의 모든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그 눈, 통찰과 혜안이 있어야 하죠. 그 속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제대로 된 ‘복지’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학하는 마음으로 본인도 성찰해가며 해야 하는 부분. 그래서 사회복지는 참 시처럼, 깊다.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사회복지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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