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 서울 도심에 '명동밥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로 중구 옛 계성여중고 식당 자리인 샛별관 앞에서 운영에 들어간 것입니다. 미세먼지가 꽉 들어찬 도회지에 청량제와 같이 마음을 정화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상을 멈추게 한지 어느 새 1년이 됐고, 그러는 사이에 너나없이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겨우 끼니를 해결해 오던 노숙자들은 아예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아야 했습니다.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외계
[서울복지신문] "네가 운전하지 못하는 이유 열 가지를 말해봐, 그럼 잔소리 안 할게" 나와 함께 성남 한마음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양종희 팀장님은 작년 1월부터 운전면허증 취득을 고집했다.필자 나이 38살. 사실 불편함에 익숙해 있었다. 3년 전 서울에서 살 때는 주변 3km 근방으로 중계역, 노원역, 하계역 등 지하철이 많았고 장거리를 가야 할 때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지하철과 택시가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응하고 보니 예전보다 좋아진 대중교통 시스템과 장애인 콜택시 제도가 딱히 나쁘지 않았다. 그러니 휠체어
[서울복지신문] 일본의 한 폐가에서 보건복지사무소 과장이 시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아사(餓死). 팔다리는 검 테이프로 이중 삼중 감겨 있다. 입도 마찬가지로 검 테이프로 막혀 있고, 코만 겨우 뚫려 있다. 납치해서 결박한 다음 방치하여 굶주림과 목마름에 서서히 괴로워하며 죽어가게 한 것이다. 얼마 후 동일한 방식으로 현직 지방의회 의원이 시체로 발견된다.8년 전 부끄럽고 국가에 짐이 된다고 생각하여 생활보호 대상자 신청을 주저했던 한 노파가 절대빈곤을 견디다 못해 용기를 내어 어렵사리 서류를 접수한다. 그러나 오래 전 연락이 두절된
[서울복지신문] 북극발 한파에 폭설까지 겹쳐 역대급 맹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고, 한 걸음 뗄 때마다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25년 만에 찾아온 혹한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위를 더욱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이렇듯 힘든 기상 상황 속에서도 생업 전선에서 추위와 맞서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더불어 사는 세상,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전할 수 있다면,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다면, 응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 글
[서울복지신문] "언제부터 그렇게 되셨나요", "어떻게 일하세요?", "이 휠체어는 얼마인가요?" 누군가는 내게 처음이자 마지막의 질문이겠지만, 나는 수백번 귀가 닳도록 듣고 대답해야 하는 말이다.저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표정을 짓다 결국 터져 나오는 저런 질문들. 일상이 피곤하고, 눈이 침침해도 그 사람의 표정만 보면 어떤 호기심일지, 감정일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나 또한 습관처럼 늘 같은 답변을 되풀이한다.오랜 시간 노력 끝에 휠체어를 타고 주변의 도움으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고, 내 존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서울복지신문] 이번 칼럼 주제가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장애인 이야기를 두 번 연속 써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문제를 쓰려고 했다. 그러다 글을 쓰기 위해 지난해 6월 ‘서대문구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지급 조례’ 개정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청각, 시각, 지체장애여성들의 이야기들을 다시 읽어봤다. 다시 코끝이 찡해졌다. 토론회에서 나온 중요한 내용을, 꼭 전하고 싶은 장애인, 장애여성 이야기 더 있다는 걸 알게 됐다.육아를 하는 부모는 아이가 욕조에 변을 싸서 다시 씻긴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부모는
[서울복지신문]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는 직접 말해볼 기회가 적을 것 같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문자를 통해 인사를 하곤 합니다. 서울복지신문 독자들에게도 올 한 해 수고 많으셨고 애쓰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서울과 경기, 인천 등은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연말모임과 해돋이 여행, 크리스마스 파티 등 다수가 모이는 자리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되기 때문인데요. 속히 바이러스가 종식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포옹하고 마스크를 벗고 시원하게 웃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날이 찾아왔으면
[서울복지신문] 아들이 걸음마를 시작한 후부터였다. 나가서 함께 놀아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마음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들은 뒤뚱뒤뚱해도 마냥 웃으며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아들 뒤에서 전통휠체어 속돋를 맞춰가며 따라가지만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내 앞에서 크게 넘어진 아들은 무릎이 까졌는데 우는 아들을 앞에서 안을 수가 없었다. 휠체어에서 내린 나는 쭈그린 채 아들을 일으켜 달랬다. 한참을 바라보다 울음을 그친 눈가에는 꼬장물이 번져 시커매졌다. 무릎에 번지는 피를 닦아주며 속상한 마음에 "밖에서 걸으면 위험하잖아
[서울복지신문] 서울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2013년 ‘책 읽는 도시’를 썼다. 지금 읽어보면 아쉬운 집필이지만, 그해 교보문고 정치사회 스테디셀러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획의 시작은 ‘서울을 어떻게 하면 책읽기 좋은 도시로 만들까’라는 고민에서였다. 책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 답을 찾고자 했다. 첫 번째 인터뷰한 이는 서울도서관 이용훈관장이다. 책과 도서관 이야기를 하고 서울도서관 전 층을 둘러보았다. 그날 장애인을 위한 책읽기 장비들을 처음 봤다. 엄마가 지체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까지는 장애인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보지
[서울복지신문] 안내견과 함께 마트를 찾은 고객에게 다짜고짜 큰 소리를 치며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냐"고 소리친 직원과 급히 사과문을 작성하고 성난 민심 달래기에 급급한 롯데마트 측의 눈치 살피기가 아쉽다.해당 영상이 온라인에 업로드되자 급속도로 퍼졌고, 네티즌들은 "직원 교육을 대체 어떻게 시키는 거냐", "해당 업체를 불매운동 하자" 등의 격한 표현을 쓰며 맹렬히 분노했다.사건을 확인한 결과, 해당 견은 교육 받던 예비 안내견이고, 동반했던 고객은 실제 장애인이 아닌 안내견을 훈련 중인 자
[서울복지신문] 2020년의 끝도 손에 잡힐 것 같이 가까이 와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순리입니다. 그렇기에 노인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어느새 이웃나라 일본과 같이 노령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누구든지 건강하면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건강하게 노후 생활을 즐기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욱 많은 현실입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의 수는 과거에 비해 급증했고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도, 홀로 계신 어르신들도 지난해에 비해 늘었습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노인수발이 새롭게
[서울복지신문] "최지성 아기 보호자 누구세요?" 내가 아빤데 지성이 옆에 있어도 간호사들은 나를 보며 보호자를 찾았다. 나처럼 전동휠체어를 타면서 왜소한 보호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간호사들의 시선. 나의 장애가 주는 낯섦보다 보호자로서 신뢰하지 않는 눈빛과 태도에 속상했다. 한 평생, 병원을 환자로만 다니다 결혼 후 보호자로 다니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많다. 아내가 임신하면서 함께 다니던 여성병원. 어느 날은 간호사가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커다란 가방을 주며 '어느 산모께서 아기용품이라며 주셨어요.'라며 내게 주
[서울복지신문] “ㅇㅇ엄마가 ‘주말에 어디 산에 갔다 왔다.’거나 △△엄마가 ‘주말에 어디 산에 갔다 왔다’고 말할 때는 화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어. 그 아줌마들이 나 산에 못가는 거 뻔히 알면서 말이야. 자랑하는 거 아닌 건 아는데, 그래도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 뭔 등산복을 그렇게들 사서 동네에서 입고 다니는지, 동네 아줌마들이랑 모임 때문에 식당가면 사람들이 다들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으로 앉아있더라. 근데 태어나서 65년 만에 처음으로 산을 갔다 와 보니, 사람들이 왜 그렇게들 산에 가는지 알겠더라.”“뭐? 65년
[서울복지신문]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승려 혜민의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에게 불명예스러운 '풀소유'라는 별명도 생겼다. 불교가 그동안 강조해 온 '무소유'의 삶과 모순되는 혜민의 일상이 대중에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3억 7천만 원 가치의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남산이 보이는 단독주택에 살며 현재는 고가의 전자기기를 만들고 명상을 돕는 스마트폰 앱 제작 업체의 대표로서 출퇴근을 하는 삶이 우리가 생각했던 스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고 낯설다. 필
[서울복지신문]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 이적 '당연한 것들' 가사 中' 우리는 때때로 잊고 살지만, 사실은 잊어버리면 안돼는 것들이 많습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다시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가수 이적 씨가 최근에 신보로 내놓은 '당연한 것들'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듣고 나서 말입니다. 멜로디도 훌륭하지만 가사의 내용이 상당히 감동적입니
"사람들 대부분이 보는 것은 몸짓의 어색함, 말의 어눌함,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거동 등이다. 그 뒤에 감춰진 것을 그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경련, 입 비죽거림, 균형 상실, 이런 현상들은 단호하고 가차 없는 판단 뒤에 소리 없이 숨어 있다. (중략) 이 첫인상을 바꾸기란 힘들다.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채로, 그렇게 축소된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건 고통스럽다. (중략) 이 흠집을 표현 하는 데는 명사 딱 한 마디로 족하다. '뇌성마비'라는 병명, 그리스어 '아테토시스(athetosis)'에서 온
[서울복지신문] 중학교 다닐 무렵이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읽는다기에 얼떨결에 따라 읽은 《노인과 바다》는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이런 책을 왜 고전이라 하지? 왜 퓰리처상이니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노인과 바다》는 내 인생에서 정말 재미없는 책으로 남았다. 그러다 마흔이 넘어 나간 독서모임에서 그 ‘재미없는’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곳에서 만난 ‘노인과 바다’는 너무나 달랐다. 도저히 같은 이야기라 믿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대단
[서울복지신문] 한 여성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질문을 합니다. "대체 남편을 언제까지 맞춰주며 살아야 할까요?" 그녀는 지난 10년 간 남편의 그림자와 다를 바 없는 삶이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남편은 지나친 결벽주의자입니다. 그래서 외출 후 돌아오면 집안 상태를 점검하고 본인의 옷은 허물 벗듯 벗고는 만지지도 않습니다. 뒷처리는 늘 제 몫이죠."패널들은 놀라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 장면을 보던 필자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당장 어떤 대답을 해주었을까'
[서울복지신문] 지난달 30일, 당근마켓에 ‘장애인 팝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가격은 무료, 제품 사진이 있어야 할 곳에는 청소년으로 보이는 아이의 얼굴이 있었다. 이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낀 이용자가 게시자에게 “사람을 판다니,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 차린다”고 채팅을 남겼는데 “나는 촉법(소년)이라 콩밥은 못 먹는다”는 장난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해당 글의 아이디와 IP를 추적하고, 게시물을 작성한 지역인 군산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비슷한 사례는 얼마 전에도 있었다. 2주 전에
[서울복지신문] '자립생활'이라는 말을 비장애인은 사용할 일이 없다. 장애인은 어찌 보면 자립생활을 강요당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말하는 순간부터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다른 사람으로 보기 시작한다. 단어가 주는 무거움도 있고 그 의미 또한 포괄적으로 사용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힘의 차이가 있지만 장애인은 힘의 차이보다 힘이 '있느냐', '없느냐'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내가 클러치를 내려놓고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뼈가 부러지겠지만 그것 또한 내 힘의 정도가 그 정도인 것인